두 개의 문은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용산참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두 개의 문은 '용산참사'의 진실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하지만, 화재의 원인이 철거민에 있는지, 경찰 특공대에 있는지 등 사건의 원인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는 아닙니다. 오히려, 경찰 특공대원의 진술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함으로써 용산참사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가 공권력이 실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망루는 칠흙같이 어두웠고, 유독가스와 화염에 싸여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은 생지옥과 비교될 정도였다", "시너가 몇 통이었는지, 망루의 구조가 어떠한지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 했다"는 경찰 특공대원의 생생한 증언과 2009년 8월부터 진행된 재판 과정을 충실히 담음으로써,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시각으로 용산참사를 바라보게 하는 것입니다.
국가 공권력의 기제를 면밀하게 파헤치고 있는 두 개의 문은 '제 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의 첫 상영 당시 매진을 이루는 등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후 제 12회 인디다큐페스티발, 제 9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잇달아 상영되면서 '올 해 꼭 보아야 하는 다큐멘터리'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용산’이라는 사건. 2009년 1월 20일 용산 재개발 지역 철거민들이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남일당 옥상에 망루를 짓고 농성을 시작한다. 그러나 농성 시작 25시간 만에 경찰특공대에 의한 강제진압이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한다. MB 정권 초반에 발생한 이 사건은 사건 자체의 참혹성과 비극성, 폭력성으로 인해 정권의 명줄을 뒤흔들 거대한 스캔들이 되었고 그 폭발력을 감지한 권력은 정권의 안위를 도모하고자 사법부를 비롯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사건을 은폐, 조작한다. 그 결과 사건의 본말은 전도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채 정권의 의도에 충실한 사법부의 일방적 판결문 낭독으로 사건은 종결처리된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결을 액면 그대로 믿는 이는 거의 없었다. 이 사건은 사법적으로는 종결되었지만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여전히 미해결인 사건이며 아무리 긴 시간이 흐르더라도 끝까지 파헤쳐 역사의 법정에 세워야할 사건으로 남아 있다. 그것이 우리가 흔히 `용산참사`라고 부르는 사건이다.
도대체 그날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정권은 무엇이 그리 두려웠기에 수천 쪽에 이르는 초기 수사기록을 감추고 현장에 있었던 카메라들 가운데 사건의 핵심에 가장 깊숙이 접근한 경찰 채증조의 촬영영상 일부를 삭제하면서까지 애초에 기록은 없었다고 발뺌하려 했을까? 사실 그들이 `용산`이라는 사건에 대한 기억을 어떤 식으로 만들고자 했는지는 명백하다. 사법부의 판결문에 그 모든 것이 담겨있다. 그 노골적인 의도가 지나치게 뻔뻔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요한 것은 정권이 그들의 `상대적 진실`을 주장하기 위해 억압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이며 정권이 만들어낸 공식기억에 저항하는 기억을 만들려는 이들은 어떤 노력을 해 왔는가,라는 점일 것이다. 실로 많은 이들이 그 대열에 동참했다. 남일당과 함께 철거된 진실을 알리기위해 용산의 찬 거리에서 긴박하게 돌려대던 그 많은 카메라들. 길거리 방송국, 개인방송을 자처한 수많은 개인들과 그들의 카메라가 기록한 파편적 영상들. 최근 몇년간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들 가운데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이 다뤄진 것이 `용산`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으며 이 사건을 둘러싼 기억 투쟁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되어 왔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사건을 기록한 수많은 영상들 가운데 최종적인 작품의 형태로 세상에 나온 몇몇 다큐멘터리들이 있는데 이 영화들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화염에 휩싸인 남일당 망루와 진압작전을 수행하는 경찰의 행위를 기록한 장면이 그것이다. 사건의 당사자들 태반이 사망하고 유력한 증인들과의 만남이 제한된 상황에서 현장에서 촬영된 이 생생한 기록물들은 그날의 진실에 접근하는 중요한 증거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현장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촬영된 수많은 영상들은 실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진실도 말해주지 않는다. 케네디 암살을 기록한 저 유명한 ‘자푸르더 필름’이 모든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는 텅 빈 기표와 같다는 평가를 받듯이, 이날의 참사를 기록한 동영상 자체는(material) 아무런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 그것은 표피적 사실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표면 너머 사건의 실체, 진실까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 가치중립적인 이미지에 구체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현미경적이고 망원경적인 시각을 동원해 영상을 해석하는 창작자의 세계관과 미학적 전략이다. 창작자의 전략 속에서 이 동영상은 비로소 의미를 갖고 발언하기 시작하며 동일한 시각적 기록도 어떤 관점에서 제시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발생시킨다.
김일란, 홍지유 감독의 <두 개의 문>은 용산이라는 트라우마적 사건을 관객에게 지극히 주관적으로 체험시키는 전략을 택한다. 영화는 사건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객에게 조목조목 설명하고 설득하는 방식을 포기한다. 대신 참사의 한 복판, 검붉은 화염에 휩싸인 남일당 망루를 향해 관객을 끌어들여 그 화마의 현장 속에 푹 담가버린다.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이들의 목소리를 재연하고 그날을 기록한 영상을 수시로 인용하고 조립하는 전략을 통해 우리는 집요하게 참사의 현장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그것은 참으로 끈질기고 집요한 반복이다. 에롤 모리스의 <가늘고 푸른 선>을 연상시키는 음울한 음악과 반복되는 화염의 이미지는 끊임없이 우리를 2009년 1월20일 7시 6분, 그리고 7시20분에 발생한 두 차례의 화재현장, 그 생지옥으로 초대한다. 가슴에 돌을 얹은듯 호흡마저 곤란해지는 관람의 악몽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90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우리는 속절없이 생지옥의 현장에 빨려 들어가 그 시간을 온전히 견뎌내야 한다. 트라우마의 속살을 향해 관객을 밀어넣는 집요한 반복회귀 운동. 이 쉼없는 재귀적 운동을 통해 감독이 ‘용산’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영화를 보는 관객 모두, 나아가 이 사회의 구성원 어느 누구도 이 사건에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논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 우리가 ‘용산’이라는 사태를 이해하는 유일한 방식은 희생자들이 겪었을 그날의 고통을 고스란히 체험함으로써 이 사건을 나의 것으로 체화하고 남일당과 함께 법의 이름으로 땅 속에 파묻혀버린 진실을 발굴하는 책무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설명과 이해가 아니라 고통의 체험과 공유이다.
이 영화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편파적이다. 이 주관성과 편파성은 궁극적으로 관객에게 질문의 형태로 돌아온다. 당신은 이 억압된 진실에 어떻게 답하겠는가? 영화는 중립적인 논평과 입장 표명을 거부한다. 진실은 처음부터 명백했기 때문이다. 그 진실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고 행동하라. 그리고 당신 역시 역사의 법정에서 한 역할을 하라. 그때까지는 어느 누구도 이 범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 글: 맹수진(영화평론가)
제목 : 두 개의 문 / 2 Doors
장르 : 용산 다큐멘터리
제작 :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제작지원 : DMZ Docs Project 2010
개봉지원 : 2012 영화진흥위원회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배급 : 시네마달 + <두 개의 문> 배급위원회 (성적소수 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 위원회 | 인권재단 사람 | 천주교인권위원회 | 문화연대)
다큐멘터리 한국 101 분 개봉 2012-06-21 | 홈페이지국내 blog.naver.com/2_doors 제작/배급연분홍치마(제작), 시네마 달 (배급)
감독 김일란, 홍지유
출연 권영국 (본인 역), 김형태 (본인 역), 류주형 (본인 역), 박진 (본인 역), 박성훈 (본인 역)
유독가스와 화염으로 뒤엉킨 그 곳은 생지옥 같았다!
그을린 '25시간'의 기록!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 경찰 특공대원 1명 사망. 생존권을 호소하며 망루에 올랐던 이들은 불과 25시간 만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내려 왔고, 살아남은 이들은 범법자가 되었다. 철거민의 불법폭력시위가 참사의 원인이라는 검찰의 발표, 공권력의 과잉진압이 참혹한 사건을 만들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부딪히는 가운데, 진실공방의 긴 싸움은 법정으로 이어진다.
유가족 동의 없는 시신 부검,
사라진 3,000쪽의 수사기록,
삭제된 채증 영상,
어떠한 정보도 하달 받지 못했다는 경찰의 증언…
과연, 그 날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두 개의 문 예고편